방음 | 본넷방음, 왜 돈주고 더 시끄러운 차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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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heTriton 작성일17-05-10 12:16 조회2,2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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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신 후 몇몇 분들은 맹점(Blind spot) 즉, 바로 앞이나 옆을 보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황당하게 판단력을 무력화 시켰는지 아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선 첨부된 사진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본넷(후드) 안쪽에 시커멓게 덕지덕지 붙여지고 칠해졌습니다. 이들은 도대체 본넷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요?
1. 음원(音源)을 무시한 채 방음을 한다면 사기나 다름 없다.
음원이란 위 한자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소리의 근원, 다시 말해 소리가 발생한 지점입니다.
실내에서 승차자가 듣는 소리의 종류는 수십 가지입니다.
엔진소리, 속도 변화에 따른 공기저항 소리, 내장재 등의 달각거리는 소리, 음악 소리 등등. 이들 소리 중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소음이라고 표현합니다.
엄격하게 따지면 평생을 용어 정의만 내리다 마감할 만큼 끝도 없겠지만, 우선 소음을 불쾌한 소리로 규정하겠습니다.
방음이라고 하면 바로 이러한 불쾌한 소리인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차안에 있는 사람이 소음을 감지하는 소리의 근원, 즉 음원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내부소음
내부소음의 대표적인 것은 바로 엔진음입니다. 금속의 움직임이다 보니 매우 날카롭습니다. 예전엔 이 엔진음이 워낙 크게 들렸기 때문에 대부분이 엔진소리를 작게 하는 대책이 없는지 고민하셨습니다.
그러다 요즘은 준중형급 차들 뿐만 아니라 고출력의 대배기량 차들마저 엔진 크기가 획기적으로 작아지면서 소음 역시 엄청나게 많이 작아졌습니다. 하지만 역시 엔진음은 고속 주행시 무시할 수 없는 주 소음원입니다.
(2) 외부소음
설명이 필요없이 차밖에 있는 소음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불쾌감을 주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주행 중 바로 옆에 커다란 덤프트럭이 나란히 붙어 있다면 굉음이 차안으로 흘러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내가 앞질러 가버린다거나 차로를 바꿔 트럭과 거리를 두면 쉽게 해결됩니다.
진짜 골치거리 외부 소음은 바로 바퀴와 노면의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입니다.
이것은 차가 하늘로 뜨지 않는 한은 숙명적으로 피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차가 점점 고성능화 되면서 운행 속도 역시 빨라지는데, 그럴수록 마찰음은 점점 커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설계하면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기도 하고, 타이어를 개발하는 연구원들도 머리를 싸매고 더 편안한 타이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어도 엔진소리가 점점 작아지다 보니 그와 상쇄되는 타이어 마찰음은 여전히 운전자와 승객을 괴롭힙니다.
그래서 요즘 방음에 관한 상담을 요청하는 내용은 일부 디젤차를 제외하고 절대 다수가 하부소음에 관한 내용입니다.
묻는 여러분은 단순하게 요즘차가 왜 이리 하부소음이 더 크냐고 하시지만, 사실은 그 하부소음이라는 것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음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 엔진음이 노면에 반사되어 다시 올라오면서 하부의 진동을 발생시켜 발생하는 진동소음이 있습니다.
예전 차들은 엔진 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에 두 무림의 강자가 싸워서 이긴쪽인 엔진음이 크게 들렸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흘러 무림의 최고 고수는 힘이 빠져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2인자였던 타이어 마찰음이 1인자 자리를 꿰차게 된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단서를 하나 찾았습니다. 바로 위 설명과 같은 내부소음과 외부소음을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방음작업을 하면 병의 원인을 모른 채 처방전을 남발하는 돌팔이 의사꼴이 된다는 것입니다..
2. 길을 터줘야 할 소리와, 길을 막아야 할 소리
위 사진들은 두 방음업체의 본넷방음 작품입니다.
사진은 특정업체를 비방하기 위해서 촬영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해당 업체들이 아니더라도 그야말로 방음 전문업체라고 간판 내건 곳은 다 이렇게 하기 때문에 특정업체라는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이런 기묘하고도 멍청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이렇게 해줘도 장사가 됩니다.
마치 미끼를 끊임없이 물고 올라 오는 물 반 고기 반의 탈출구 하나 없는 사설 낚시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이 오답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오답을 베끼고, 그 오답은 또 누군가에게 도둑질 당합니다.
해주며 돈달라는 사람이나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나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양날의 칼입니다.
그 욕망으로 인해 인류는 과학을 비롯한 각종 제도,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절대 만족이란 존재하지도 않고 늘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욕망의 늪에 빠지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못하게 됩니다.
지식이 많거나 학력이 높거나 상관없이 늪에 빠지면 무기력해집니다. 지식은 지혜를 얻기 위한 아주 좋은 수단이기는 하지만 지식과 지혜는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터널 끝의 반짝이는 불빛만 바라보고 미친듯이 그 불빛을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그 터널의 중간중간 암흑 속에 어떤 덫이 놓여 있는 지 알 수가 없음에도 마냥 달려갑니다. 그러다 때론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혹시나 모를 매복적군에 의해 해를 당하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종교와 수행이라는 엄청난 고행의 제도를 통해 욕망을 제어하기 위해 수천 년을 고민하고 있겠습니까?
말이 거창해졌지만, 바로 방음에 대한 욕망이 이러한 터널효과를 유발합니다.
전 세계에서 차 산 후에 내가 산 차가 더 조용해지길 갈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기로 한국만 한 나라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도 없는 건 아니지만, 아주 극히 특정 매니아층에 한정됩니다. 전세계에 자동차 방음 시공샵이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오디오 튜닝 등의 작업에 부수적으로 재진 시공을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 특히 유럽쪽은 차가 너무 조용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조차 많습니다. 여기서 욕망은 독으로 변합니다.
바로 그 욕망을 역이용하면 돈벌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의 업체들이 무슨 행위를 해도 그 기대에 눈이 먼 상태에서는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위 사진의 업체들은 본넷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요?
본넷이란 엔진룸을 덮어주는 덮개입니다. 엔진소리는 위에서 설명드린 대로 음원이 차 안에 있는 내부소음입니다.
그렇다면 이 내부소음은 밖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사진과 같은 작업을 해버리면 나가야 할 소리를 틀어막아 오히려 실내로 유입됩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짓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우선 한국의 방음업체 운영자들이 단 한 권의 관련 서적을 안보고도 버젓이 간판을 내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느니 동호회 운영진들 찾아다니면서 술자리 마련하거나 여기저기 독버섯처럼 화려하게 꾸민 광고를 올리는 편이 훨씬 쉽고 매출증가에 직접 연결이 됩니다.
급기야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동호회는 자동차 내외장 업자들이 만들었고, 그들에 의해 완전히 장악당했습니다.
저기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재료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 조차 모르다 보니 저렇게 두툼하게 많이만 붙이게 됩니다.
게다가 무게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그렇게 묵직해진 변화를 보고 또 많은 차주들은 마치 마술구슬이라도 얻은 양 듬직해 합니다.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냐 하면 플라시보 효과(가짜약 효과)에 의해 '역시 조용해졌군!!!' 합니다.
가짜약 효과는 불필요한 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병을 치료하지만, 이 경우엔 병치료가 아니라 졸지에 '바보'가 됩니다.
돈주고 몸상하고 바보 되는 꼴이 벌어졌습니다.
윗 사진은 알고 보면 그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나중에 저걸 모두 제거했는데, 안쪽에 검은 시트를 붙이고 그 위에 다시 시트를 가리기 위해 언더코팅제를 도포했음을 확인했습니다.
2중 방어막을 구축해서 엔진소리가 밖으로 못나가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압권은 떼어낸 커버 안쪽에 붙여진 얇은 천패드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도 붙여준다는 의미로 추가 서비스 작업을 했을까요?
작업자는 아마도 차 밖의 소리가 엔진룸으로 못들어오게 하는 것이 목표였나 봅니다.
저렇게 해 놓은 작업은 안의 소음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닌 밖의 소리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감소시키고 둔탁하게 걸러 주기 위한 시공입니다.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어딨습니까? 아래 사진의 은박지 시트는 철판이 휘어져서 제거할 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측정장비로 엔진 시동을 걸고 차안 운전석과 본넷 바로 밖에서 소리를 측정해 본 결과는 폭소마져 유발했습니다. 실내 운전석에서 측정한 엔진음이 더 크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엔진소리를 못나가게 틀어막아 놨으니 당연히 그 소리가 실내로 유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작업자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잘 틀어막았다는 부분에서 보면....
아마도 그들은 조용하고 쾌적한 느낌을 받기 위해 손님들에게 본넷 위에 매달려 가시길 권하나 봅니다.
반면에 문짝 내부에 저런 시공을 하면 외부 소음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감소시키고 어느 정도 필터링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내부소음, 외부소음 구분을 할 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라는 이들이 일을 벌려 놨으니 알고 보면 조롱거리만 될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런 작업을 했다는 것은 결국, 전문가라는 작업자가 차음, 흠음, 내부소음, 외부소음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는 빼도박도 못할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숨쉬는 것만큼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이 기본 개념이 무시된 재앙이 사진의 작업입니다. 어떤 분이 모 업체 사이트를 보라고 알려 줬습니다.
역시나 방음 시공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왠만한 자동차 동호회에 줄줄이 다리를 걸치고 있는 듯합니다.
나름대로 그래프도 올리고 각종 혹 할 만한 용어들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작업은 사진들과 똑같습니다. 도대체 그들은 그래프는 왜 올렸을까요? 그걸 올리면서 이해는 했을까요? 그들이 구사하고 있는 단어들은 떡밥인가요? 그런 그래프 하나만 올려주면 아주 전문가처럼 보여서 낚여 올라 올 물고기들이 많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안에 있는 소음은 밖으로 내보내야 하고, 밖의 소음은 안으로 못들어 오게 막아야 합니다. 이것이 방음의 시작이자 끝을 결정짓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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